03:36 시허연 일상

입사한 지 두 달을 보내고 세 달째, 문득 모 작가랑 네이트온을 하다가.

이석원([석원] 놀면서 부지런히, 아무렇게나 보기 좋게, 대강대강 철저히) 님의 말 :
나 이제
밤 안 새울 거거든요.
근데 어제 출근했는데 내일 퇴근한다?
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
 님의 말 :
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
ㅠㅠ
형은 진짜
입대하시기 전이나
제대하고 나서나
똑같네여

라고 떠들며 눈물을 뿌렸다.

재입사한 지 세 달째, 새벽이 3시를 넘어섰는데 사무실에 있으려니 영 편안하다.
하지만 세 달 만에 처음으로 신간이 나오기 직전의 새벽이라는 건 안 편안.
원고를 기다리면서 멀뚱멀뚱 있는다는 것도 안 편안.
졸릴까 봐 오늘 밥 한 끼도 안 먹은 건 안 자랑.
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멀쩡히 깨 있는 건 좀... 자랑해야 하나?

사실 재입사하고 많은 일이 있었다.
술 먹고 얼큰하게 취한 채로 사무실에 돌아왔다가 화분을 깬 건 사소한 축이고,
야근하다가 책상 유리 하나 깨 먹은 것도 사소한 축이지만은,

가장 짜증 났던 건 거의 매일같이 컴퓨터랑 씨름했던 일이다.

한 달쯤 다닐 땐가? 부팅할 때마다 씨모스로 넘어가지도 않고 다운되면서 말썽을 일으켰다.
부팅 한번 하려면 한 시간이 걸리는 건 예삿일.
당연히 보드 문젠가 싶어, 수리 기사를 불렀더니 대뜸 대충 보고는 문제 있는 건 없다고.
굳이 불편하면 나중에 연락해서 보드 교체하라고 떠들기만 하고 갔다.

그 뒷모습이 어찌도 부럽던지.
3분 떠들고, 3만 원을 받아 가다니.

어쨌건 수리 기사가 그렇다고 하니, 그런가 보다 하면서 업무를 보다 그날은 멀쩡히 지나갔다.
근데, 또 다음 날 컴퓨터가 안 켜지는 것이다.
또 부팅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.
다음 날도 역시 부팅하는 데 한 시간.
수리 기사 이 싱ㄹ너ㅏㅇ라ㅣㅇ라ㅣ;ㅇㄹ너ㅏㅣㄴ 하면서 실장님과 상의 후에 메인 보드를 주문했다.

귀찮음을 무릅쓰고 메인 보드를 교체하고, 하드를 포맷하고 새로 깔고, 또 새로 깔고, 새로 깔고.
근데 또 다음 날 출근을 하니 부팅이 또 안 됐다.
내가 잘못 깔았나 싶어 부팅이 되자마자 하드를 또 포맷하고, 새로 깔고, 새로 깔고.
그리고 빌어먹을 다음 날 또 안 됐다.
사무실 누구도 피씨 본체의 문제임을 의심치 않았다.

그치만, 당사자인 나로서는 또 분해 조립하기가 영 귀찮았다.
그래서 제발 다른 이유이길 바라며 모니터 케이블을 다른 모니터에 꽂았다.

그랬더니 다운된 줄 알았던 컴퓨터가 멀쩡히 구동됐다.
삽질에 삽질만 거듭했던 ㅂㅅ 인증을 꽂고 나니, 당장 쓸 모니터가 없었다.

주문한 큰 모니터가 올 동안 임시 땜빵으로 사무실 어딘가에서 놀고 있던 조그만 모니터 하나를 업어 왔다.
그리고 결국 기나긴 삽질 끝에 내 자리가 간지 나게 바뀌었다.


좀 뻘짓의 냄새가 다분하긴 하지만,
원고 보다가 연재 사이트 찾아보는 거나 표준국어대사전 찾아보기에는 참 좋더라는.

퇴사하기 전에 쓰던 자리랑 마주 보는 자리로 위치가 바뀐 덕에, 내 등 뒤에는 사장실이 있다.
그래서 그런지 가끔 등 뒤가 서늘하기 짝이 없을 때가 있다. 무서운 사장님하

뭐가 어쨌건, 좀 쉬고 싶다. 아우 ㅠ_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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